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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June 24, 2020

주식 처음하는 70대 '주린이'까지… SK바이오팜 청약 31조 - 뉴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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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6.24 20:29 | 수정 2020.06.24 20:37

부산에 사는 직장인 한모(40)씨는 얼마 전에 은행에서 5000만원을 대출했다. 다음 달 2일 국내 증시에 상장되는 SK바이오팜 주식을 사기 위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것이다. 한씨는 "요즘 직장인들의 대화 내용 중 절반이 주식 얘기"라며 "주식에 빠삭한 동료가 'SK바이오팜은 절대 놓치면 안 된다'고 전해 '영끌(영혼을 끌어모은)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일반 청약이 24일 대흥행을 일으키며 마무리됐다. 최종 경쟁률은 323.02대1로, SK바이오팜 주식을 사기 위해 청약 증거금이 무려 30조9889억원 몰렸다. 이는 2014년 12월 제일모직이 상장할 때 세웠던 종전 최고 기록 30조649억원보다 9000억원 이상 큰 규모다.
◇70대 '주린이'도 "SK바이오팜 사자"
24일 증권사 창구들은 SK바이오팜 주식을 청약하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는 아침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60~70대 노인들이 마스크를 쓴 채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이 중엔 주식 투자를 처음 하는 '주린이'(주식+어린이)도 상당수 있었다. 김모(63)씨는 "딸이 'SK바이오팜을 사면 몇 배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해 퇴직금 2억원을 들고 왔다"며 "주식은 처음인데 마땅히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이모씨는 "아들 녀석이 용돈을 안 줘 내가 직접 돈을 굴려야 한다"며 "주식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내방 고객이 많아 전화 응대는 엄두조차 못 낼 정도"라며 "공모주 청약 응대를 10년 동안 해왔지만 이번처럼 바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신약 개발 업체인 SK바이오팜은 작년 말 증시 상장을 추진하자마자 주목받았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신약 2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연달아 시판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뇌전증(간질) 치료제인 '세노바메이트'는 기존 치료제보다 발작 증세를 획기적으로 줄여 '향후 5년간 이보다 더 좋은 약은 나올 수 없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증권 업계에선 이달 들어 SK바이오팜 관련 분석 보고서만 100개 이상 쏟아졌다.
SK바이오팜의 공모가는 4만9000원이다. 상장 당일 주가는 공모가의 90~ 200%에서 시가가 결정되고, 장이 개시되면 시가 기준 상하 30% 범위에서 등락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상장 첫날 최대 12만7400원까지 주가가 뛸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추세를 보면 SK바이오팜이 상장 첫날 상한가를 찍을 가능성도 있다"며 "로또 복권처럼 생각하고 주식을 청약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SK바이오팜 청약 경쟁률이 323.02대1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이 SK바이오팜 주식을 1주 사기 위해 내야 하는 청약 증거금은 791만4000원으로 확정됐다. 1억원을 청약 증거금으로 넣을 경우 대략 13주를 배당받는 것이다. 주식 배당 후 남은 청약 증거금은 2~3일 후 반환된다.
◇넘치는 유동성이 이뤄낸 역대급 흥행
SK바이오팜의 '흥행 대박' 원인으로 시장에 넘치는 유동성(현금)이 꼽힌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췄다. 이후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0%대까지 낮추면서 예·적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간 반면, 가계 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말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은 724조2237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2608억원 감소했고, 올 들어 5월까지 가계가 은행에서 새로 받은 대출은 32조5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6조원)의 2배를 넘어섰다. 기업들도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은 지난 4월에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작년 12월(2908조원)과 비교했을 때 넉 달 만에 100조원 넘는 돈이 더 풀린 것이다. 주식시장에도 상당한 자금이 흘러들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소위 '동학개미운동'에 뛰어들며 증권 계좌에 예치되어 있는 돈은 현재 47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는 현상은 부동산 청약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성동구 뚝섬에 있는 아파트 '아크로포레스트'는 3년 전 분양 당시 미계약됐던 3가구에 대해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무려 26만명이 지원하면서 8만820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가가 평수에 따라 17억~38억원에 달했는데도 엄청난 인파가 몰린 것이다. 지난 11일의 전남 광양 '광양센트럴자이' 청약에선 428가구 모집에 1만9741명이 몰렸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제약·바이오주들이 코로나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연저점 이후 30~40%씩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직접적으로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지 않는 SK바이오팜도 같은 바이오주로서 동반 상승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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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4, 2020 at 06:2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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