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정재은 기자=
3일 전, 케빈 하르(한국명: 최민수, 20)가 2.분데스리가에 입성했다. 2020-21시즌 그는 에르츠게비르게 아우에에서 뛴다. 입단 과정이 조금 특별하다. 아우에가 전지훈련에서 골키퍼 숫자를 맞추기 위해 하르를 ‘훈련용’으로 불렀다가, 그의 퍼포먼스에 반해 계약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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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를 둔 복수국적자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U-20 대표팀과 함께 U-20 월드컵에 출전했다. 준우승이라는 역사를 함께 썼다. 그리고 소속팀 함부르크II(2군)에 돌아가 2019-20시즌에 12경기를 소화했다.
함부르크에서 하르의 계약 기간은 2020년까지였다. 함부르크II는 하르와 재계약을 원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함부르크II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는 프로 무대에서 배우고 싶었다.
지난 6월에 함부르크와 계약이 종료된 그는 에이전트 파트릭 윌리엄스와 함께 다음 시즌부터 함께할 팀을 찾았다. 에이전트가 팀을 물색하는 동안 하르는 개인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준비했다. 이적 시장이 10월 5월까지 열리기 때문에 조급해하지는 않았다. 다만 골키퍼라는 특수한 포지션을 고려해 최대한 빨리 팀을 찾고 싶었다.
개인 운동만 한 지 2개월이 흘렀다. 잉글랜드 하부리그에서 러브콜이 날아왔다. 독일 3, 4부리그 복수 구단에서도 하르에게 관심을 보였다. 하르는 고민했다. 전 소속팀 함부르크II는 독일 4부 소속이었다. 다음 시즌 도전을 원하는 그가 또 4부로 갈 이유는 없었다. 잉글랜드 하부리그도 그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논의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다 8월 12일, 하르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아우에의 골키퍼 코치 다니엘 하세였다. 아우에는 골키퍼 군단을 개편 중이었다. 부동의 주전 골키퍼 마틴 메넬(32)을 중심으로 필립 클레빈(26)을 새로 영입했다. 그러나 세 번째 골키퍼 자리가 비었다. 폴란드 전지훈련을 앞둔 아우에의 시야에 자유계약 신분이 된 하르가 잡혔다. 하세는 함부르크II의 감독과 골키퍼 코치에게 연락해 하르에 관해 물었고 긍정적인 평가를 들었다. 하세는 하르에게 일주일 동안 함께 전지훈련을 하자고 부탁했다.
하르는 단번에 ‘OK’했다. 마침 개인 훈련이 지루해지던 중이었다. 무엇보다 독일 2부 팀 아우에와의 전지훈련은 그에게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물론 새로운 팀을 찾는 하르 입장에선 부상을 염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팀과의 훈련이 그리웠던 그는 전화를 받은 당일 바로 코로나19 테스트를 받고 밤 11시에 아우에로 향했다. 새벽 3시에 아우에에 도착한 그는 오전에 구단과 미팅을 가진 후 바로 폴란드로 떠났다.
‘훈련용 골키퍼’ 하르의 전지훈련 3일 차. 하세 골키퍼 코치와 더크 슈스터 아우에 감독은 하르의 퍼포먼스에 놀랐다. 하르가 기대 이상의 경기력과 컨디션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르에게 계약을 제안했다. 남은 전지훈련 기간동안 고민한 케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모든 코치진과 선수들이 자신을 환영해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함부르크처럼 거대한 클럽에서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이었다.
아우에는 전지훈련 종료 후 곧장 구단으로 함께 가길 원했지만, 하르는 우선 집에 돌아가 에이전트와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아우에와 계약을 논의한 에이전트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우에는 장기계약을 제안했지만 하르 측은 1년 계약을 원했다. 세 번째 골키퍼라서 몇 년 동안 한 경기도 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우에도 하르 측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재계약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르는 아우에에 1년 계약으로 입단했다. 경기 출전도 간절하지만, 그는 프로팀에서의 배움이 더 간절했다. 거주지 역시 아우에로 정했다. 보통 아우에 선수들은 이곳에서 조금 더 떨어진 켐니츠에서 지낸다. 차로 약 30분 걸리는 곳이다. 인구 1만 6천 명이 있는 아우에보다 상대적으로 도시가 크고, 즐길거리가 많다. 하르는 “1년 동안 축구에만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아우에를 택했다. 대도시 생활은 함부르크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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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아우에에서 스무 살 하르의 새 삶이 시작된다. 이미 연습 경기도 네 차례 치렀다. 주전 골키퍼 메넬이 친형처럼 나서서 그를 이끌어주고 있다. 하르는 “세 번째 골키퍼라서 내가 커다란 기회를 잡기 어렵다는 걸 안다. 하지만 1년 동안 많이 배울 수 있는 팀이라는 걸 느꼈다”라며 새로운 미래를 다짐했다.
사진=에르츠게비르게 아우에, 케빈 하르 제공
August 31, 2020 at 04: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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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하르의 독일 2부 입성기, 처음엔 훈련용 GK였다는데? - Go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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