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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August 29, 2020

[사이언스샷] 미로 출구? 아메바에게 믈어보세요 - 조선일보

bantengkabar.blogspot.com
입력 2020.08.29 17:59

화학물질 농도 스스로 파악해 출구 찾아

미로를 빠져나가는 아메바들. 처음에 미로로 들어온 아메바는 파란색으로, 나중에는 붉은색으로 표시됐다./영 글래스고대
미로를 빠져나가는 아메바들. 처음에 미로로 들어온 아메바는 파란색으로, 나중에는 붉은색으로 표시됐다./영 글래스고대

영국 런던의 햄프턴 코트 궁전은 정원의 미로(迷路)로 유명하다. 공간 지각력이 뛰어나다고 자랑하는 사람도 정원수 사이로 이어진 미로를 헤매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아메바는 단세포 생물이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보다 미로 풀이에서는 더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눈으로 보지 않고도 막다른 길과 출구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글래스고대의 로버트 인살 교수 연구진은 지난 28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아메바가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크기의 극소형 햄프턴 궁전의 미로를 스스로 빠져나가는 비결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영국 햄프턴 코트 궁전의 정원 미로./위키미디어
영국 햄프턴 코트 궁전의 정원 미로./위키미디어

백혈구나 암세포에 인체는 조직과 모세혈관, 수조 개의 세포로 이뤄진 거대한 미로이다. 이곳에서 백혈구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를 찾고, 암세포는 전이할 만한 약한 조직을 탐색한다. 이들은 화학물질을 감지해 길을 찾는다고 알려졌다. 이른바 주화성(走化性) 이동이다.

연구진은 아메바나 암세포는 화학물질을 수동적으로 탐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화학물질의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이 있음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인물질 농도 스스로 분석해 길 선택

실험에는 가로세로 10,4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인 실리콘 칩을 이용했다. 가는 머리카락의 굵기가 20㎛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칩에 햄프턴 궁전 미로를 포함해 다양한 미로의 축소판을 구현했다.

아메바는 이른바 ‘자가발전’ 주화성을 통해 길을 찾는 능력을 보였다. 연구진은 출구에서부터 미로를 향해 아메바를 유인할 화학물질인 아데노신 일인산을 주입했다. 아메바는 자체 효소로 바로 앞에 있는 유인물질부터 분해했다.

미로를 뺘져나가는 아메바들. 화학물질의 농도가 낮은 막다른 길을 파히고 농도가 높은 출구쪽을 찾아 이동한다./영 글래스고대
미로를 뺘져나가는 아메바들. 화학물질의 농도가 낮은 막다른 길을 파히고 농도가 높은 출구쪽을 찾아 이동한다./영 글래스고대

화학물질은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인다. 자연 주변에서 아메바 쪽으로 유인물질이 확산한다. 만약 아메바가 막다른 길과 출구 사이의 갈림길에서 섰다면 당연히 출구 쪽에서 더 많은 유인물질이 온다.

아메바는 주저함 없이 출구 쪽으로 길을 잡는다. 막다른 길에는 아무래도 열린 쪽보다 유인물질이 적기 때문이다. 실험에서 아메바는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안에 미로를 빠져나갔다.

아메바의 미로 찾기 기술은 질병 연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인체 세포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혈구가 병원체를 찾거나 암세포가 전이세포를 탐색하는 상황마다 유인물질은 다르지만, 어느 쪽에서 더 많은 유인물질이 오는지를 보고 길을 찾는 원리는 똑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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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9, 2020 at 03:5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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