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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30, 2020

[매거진] 농구가 너무 하고 싶었던 소녀, 삼성생명 최서연의 농구 이야기 - 점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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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미국에서 농구 선수 꿈을 키우던 소녀가 있었다.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농구의 재미를 알아가던 그는 해외 동포 선수 자격으로 WKBL 무대에 섰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먼 길을 온 이유는 단 하나, 농구였다.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원석이지만 미래의 국가대표를 꿈꾸는 만18세의 유망주. 최서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본 기사는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WKBL은 2019-2020 신입선수 선발회에 앞서 해외 동포 선수들에 대한 자격 제한을 해제했다. 덕분에 그동안 국내 무대를 노크해온 김애나를 비롯한 동포 선수들에게 WKBL 진출의 길이 열렸다. 최서연도 그 중 하나였다. 그리고 당당히 전체 6순위 지명으로 삼성생명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Q. 생애 처음으로 프로 비시즌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하루, 하루가 새로울 것 같은데?
처음에는 적응하기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지금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였던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도 조금씩 좁혀나가고 있다. (이)명관 언니와 서로 국어, 그리고 영어를 주고받으면서 언어적인 부분도 해결하려 하고 있다.

Q. 체력 훈련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 가장 힘든 훈련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뛰는 게 가장 힘들지 않았나 싶다. 한국에서 어릴 때부터 훈련을 받아온 선수들은 익숙해 보였는데 나는 그렇지 않아 조금 뒤처진 것 같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미국에서는 가끔 하다 보니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프로 선수가 되는 길이 어렵다는 것을 하나씩 배우고 있다.

Q.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어떤 훈련을 주로 하는지 궁금하다.
학교 훈련이 진행되지 않는 비시즌에는 대부분 클럽에서 농구를 했다. 연습경기 위주로 몸을 풀었고 스크리미지 훈련을 통해 실전 감각을 키우는 게 대부분이다.

Q. 평생을 미국에서 살아온 만큼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힘든 것이 미래에 발전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또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어서 힘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 명관, (박)혜미 언니가 정말 잘 챙겨준다. 또 (김)한별 언니와 (배)혜윤 언니가 영어를 하기 때문에 언어 장벽도 조금씩 극복해내고 있다.

최서연은 미국 이민 3세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떠나 살게 됐고 최서연 역시 태어난 곳과 자란 곳 모두 미국이다. 겉모습은 완벽한 동양인이지만 문화권은 미국이었던 만큼 원치 않는 차별도 분명했을 터. 농구를 사랑했지만 한국에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연관성이 없지 않았다.

Q. 부모님 모두 한국인으로 알고 있다. 혹시 어떻게 미국에서 생활하게 되셨는지 알고 있나?
아버지는 7살, 어머니는 12살 때 한국을 떠나 살게 되셨다고 들었다. 그곳에서 성장하셨고 나중에 두 분이 만나 결혼하셨다고 한다.

Q.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은 분명히 존재한다. 예민한 부분일 수 있지만 미국에서 그러한 차별을 겪은 적이 있나?
평소 생활할 때는 크게 느끼지 못했으나 농구를 할 때는 어느 정도의 차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오기 전에 나이키 클럽 소속으로 농구를 했다.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고 기록도 좋았지만 내가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 주목하는 부분이 있었다. 신체조건에서도 내가 밀리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다른 인종이라는 점에서 거리를 두지 않았나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Q. 미국에서의 생활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농구를 처음 시작한 계기 역시 함께 설명해줬으면 한다.
워싱턴주에 있는 벨뷰 지역에서 계속 살아왔다. 농구는 아버지를 통해 4살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또래 아이들은 트레이너가 있는 곳에서 농구를 했지만 나는 아버지가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 아버지 역시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를 하셨는데 지금도 가끔 동네에서 주민분들과 즐기시곤 한다.

Q. 벨뷰고 재학 시절, 소포모어와 주니어 때 지역 대회에서 MVP에 선정된 적이 있다.
규모가 큰 대회는 아니었다. 워싱턴주에서 열린 지역 고교 대회였고 학교의 크기와 선수단 규모에 따라 클래스가 나뉘었다. 벨뷰고는 두 번째로 높은 클래스에 위치했는데 20개 학교가 넘게 모인 곳에서 MVP에 선정됐으니 최고의 영광이었다.

Q. 미국에서의 농구는 즐거웠나?
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다. 내가 가진 스타일대로 농구를 할 수 있었고 또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시기였다.

Q. 그 정도의 기량이라면 NCAA 진출도 노려볼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대학이 아닌 프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부분 역시 민감한 문제다. 벨뷰고에 처음 입학했을 때 계신 코치님은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내가 하는 농구에 대해 언제나 힘을 주셨던 분이다. 그러나 소포모어 시절을 지나 고학년이 됐을 때는 코치님이 바뀌셨다. 그분은 내게 많은 옵션을 주지 않았고 대학 진학에도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대학 진학의 기회를 잡기 힘들었고 다른 곳을 살펴봐야 했다.

Q. WKBL이 해외 동포 선수 자격 제한을 해제한 것이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 아버지가 한국에서 뛸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셨고 차별이 있었던 미국보다 한국이 더 잘 반겨줄 거라는 확신이 있으셨다. 처음에는 기분이 오락가락했다. 긴장도 많이 됐고 그동안 살아왔던 환경과는 다른 만큼 걱정도 컸다. 또 흥분이 되더라. 내가 하는 농구가 과연 한국에서 통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Q. 프로 도전 이전까지 한국에 온 적은 단 한 번밖에 없다. 그동안 들어왔던 것과 큰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미국에 있을 때는 한국에 이 정도로 다양한 무언가가 있는지 몰랐다. 막상 와보니 쇼핑할 곳도 많고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너무 행복했다. 앞으로 지내야 할 곳인 만큼 만족도도 높았다.

Q. 하지만 힘든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최서연에게 있어 한국은 아직 타지와 같을 테니까.
일단 가장 큰 어려움은 아버지와 같이 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농구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주셨는데 이제는 쉽지 않을 테니…. 걱정이 많다.

농구가 너무도 하고 싶었던 최서연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트라이아웃부터 관심을 끌기 시작한 그는 결국 삼성생명의 선택을 받았고 당당히 1라운더로서 이름을 알렸다. 김애나에 비해 정보가 부족했음에도 삼성생명은 최서연의 재능을 외면하지 못했다.

Q. WKBL은 이번 신입선수 선발회부터 트라이아웃을 진행했다. 국내 농구 관계자들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이었는데 스스로 만족했었나?
솔직히 말하면 정말 못했다(웃음). 한국에 온 뒤로 어디서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는지 몰라 헤매기만 했다. 5일 동안 아무런 운동도 못했고 감기 기운까지 있어 많이 불안했다. 정말 맨몸으로 미국을 떠났기 때문에 준비된 것이 없었다. 삼성생명에 지명된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Q. 생각보다 일찍 이름이 불렸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너무 늦었을까?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그저 이름이 불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스스로 자신감이 엄청 높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기도만 했다. 내 이름을 불러줄 누군가가 있기를 바라면서.

Q. 삼성생명이란 팀은 그 전에 알고 있었나?
굉장히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주는 팀? 그리고 탕이 있는 목욕 시설 등 굉장히 좋은 환경을 갖춘 팀이라고 들었다. 아버지의 친구의 친구가 (이)동준 오빠다. 트라이아웃을 하는 날 처음 봤는데 이것저것 알려주면서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그러면서 자기가 삼성에 있었을 때를 이야기하며 정말 좋은 팀이라고 설명해줬다.

Q. 신입선수 선발회가 끝난 뒤 가족들은 어떤 이야기를 건넸을지 궁금하다.
정말 많은 어려움이 찾아오겠지만 계속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하셨다. 특히 아버지는 스타일과 자신감을 지키면 언젠가 내 시대가 올 것이라고 해주셨다. 지금의 모습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만 한다고 말이다. 정말 큰 힘이 되는 말이었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오히려 공통점이 없다고 할 정도로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을 가지고 있다. 최서연에게 있어 한국에서의 단체 생활은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미소를 잃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하나씩 최서연은 진정한 프로 선수로서 성장하고 있었다.

Q. 본격적인 프로 생활이 시작됐다. 적응에 어려움은 없었나.
선수들과 처음 만나 생활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문화적 차이가 있다 보니 조금 힘들었다. 내가 행동하는 것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래도 언어장벽이 서로 오해를 낳게 한 것 같다. 나는 무례한 행동이 아니었는데 상대방은 배려가 없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괜찮다. 서로를 이해하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다.

Q.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 옆에서 등을 두드려주는 사람은 누구인가.
한별 언니가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여러 조언을 해준다. 힘들어도 이겨내며 앞으로 나아가라고 했다. 또 미국 스타일에 대한 선입견을 이겨내야 한다고도 하더라. 내 행동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도 했다. 또 우리 (류해림) 통역 언니가 옆에 있기 때문에 괜찮다. 내게 있어 큰 언니 같은 존재다. 무슨 일이 있어도 통역 언니가 있어 든든하다.

Q. 아직 성인이 아니다 보니 육체 및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클 것 같다.
남들보다 일찍 프로 생활을 하다 보니 힘들고 스트레스도 쌓인다. 그래도 지난날을 돌아보면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프로 선수들의 생활 패턴에 대해 익히고 그것에 적응해 나가니 나 역시 조금은 큰 사람이 된 것 같다.

Q. 트리플잼 3x3 1차 대회를 통해 비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에서 오래 선수 생활을 한 사람들은 손발이 잘 맞는 느낌이었다. 아쉽게도 나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몸도 좋지 않았고 종종 길을 잃은 것 같았다. 그래서 만족스럽지 않다. 그저 다음 대회에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Q. 팬들 역시 최서연을 지켜봤다. 아직 정보가 부족한 만큼 알릴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에 자신을 소개한다면?
나는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이다. 행복한 사람이지만 상처도 잘 받는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에 상대가 상처를 받게 되면 굉장히 슬프다. 그 부분이 농구에도 조금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그래도 팬들에게는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한국에서 특별히 이루고 싶은 것이 있을까.
이제까지 지내온 나날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힘들 것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먼 미래에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또 국가대표가 되어 한국을 대표하는 멋진 선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Q. 농구에 대한 사랑, 그 안에 담긴 최서연의 마음도 알고 싶다.
내 인생이다. 경쟁적이지 않았던 내 삶을 조금이나마 바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인생에 있어 목표를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평생 내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 같다.

Q.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지난 시즌에는 뛰지 못했지만 다가오는 새 시즌부터 인사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항상 자신감 넘치고 멋진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되겠다. 실망하지 않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겠다.

프로필_2002년 6월 3일생, 168cm, 가드, Bellevue High School(벨뷰고)-삼성생명

▲ 임근배 감독이 바라본 최서연의 재능은?
2019-2020시즌, 최서연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만큼 정규리그에 출전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및 FIBA에 등록 절차를 밟으면 출전할 수 있었지만 미래를 바라보겠다는 선택에 따라 데뷔 시즌을 그대로 보내고 말았다. 임근배 감독은 “(최)서연이가 즉시 전력감은 아니었다. 대신 미래를 봤을 때 동 세대인 허예은, 김애나에 비해 가진 재능이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공을 들여 성장시킨다면 분명 더 좋은 재목이 될 거라고 믿는다”라며 신뢰를 보였다. 그렇다면 최서연은 임근배 감독의 신뢰에 보답하고 있을까? 첫 비시즌 훈련을 지켜본 임근배 감독은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먹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최근 트리플잼 대회와 태백 전지훈련 때도 조금 문제가 있었다. 대신 훈련을 할 때는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패스 센스와 타이밍이 분명 다르다.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 농구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바라봤다. 지난 시즌 창단 첫 꼴찌 수모를 겪은 삼성생명은 다가오는 2020-2021시즌 반등을 노리고 있다. 국내 전력으로만 보더라도 충분한 경쟁력을 지닌 팀. 임근배 감독은 여기에 최서연이란 비밀병기를 언제든 투입할 생각이다. “서연이의 신장, 그리고 능력을 보면 1번으로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자들이 많아 치열한 시간을 보내야겠지만 우리가 더 높은 곳을 가려면 서연이도 제 몫을 다해야 한다. 기대하고 있다.”

#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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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30, 2020 at 12:3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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