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긍정적 임상시험 결과를 내놓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미국보다 싼 가격에 공급받는다고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관계자들은 이날 화이자, 바이오엔테크와 최대 3억회분 접종 분량의 백신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면서 가격은 미국이 지불하기로 한 1회분당 19.5달러(약 2만2,000원)보다 낮게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정확한 공급가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EU가 백신을 미국보다 싸게 공급받게 된 데는 유럽투자은행(EIB)과 독일 정부가 바이오엔테크에 4억7,500만유로의 백신 연구ㆍ개발자금을 지원한 점이 고려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7월 화이자, 바이오엔테크와 1회분당 19.5달러에 1억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한국이 아직 화이자 백신에 대한 선(先)구매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EU는 바이오엔테크에 대한 대규모 지원으로 낮은 가격에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EU는 아울러 아스트라제네카, 사노피, 존슨앤드존슨과도 코로나19 백신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한편 화이자의 중간발표에 따르면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최소 75% 이상의 효과를 가진 코로나19 백신을 기대해왔다. 비록 중간 결과이기는 하지만 90% 이상의 효과는 일반 독감 백신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독감 백신은 감염 위험을 40∼60% 낮춰준다.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홍역 백신(93% 효과)만큼 예방 효과가 강력하다는 뜻이다.
이번 발표는 미국과 해외 5개국에서 총 4만3,538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3상 시험에서 초기에 발생한 94명의 확진자를 분석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임상시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플라시보(가짜 약)를 투여했다. 그 결과 두 실험군을 통틀어 현재까지 94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중 백신을 접종한 참가자 비중은 10% 미만에 그쳤다. 임상시험에서 나온 확진자의 90% 이상이 플라시보를 투여한 실험군서 발생했다는 뜻이다.
화이자는 백신 안전에 관한 데이터를 점검한 뒤 11월 셋째주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심각한 안전 우려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화이자는 밝혔다. 지난 7월 27일 시작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3상 시험은 총 164명의 확진자가 나올 때까지 진행될 방침이다. 회사 측은 올해 말까지 1,500만∼2,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2회 투여 기준)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13억회 투여분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미 정부와 과학계는 내년 상반기 중 화이자를 포함한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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