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혁훈 기자의 벤처농업대학 체험記-5] 드디어 `아그로(Agro)-TED`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아그로-TED는 벤처농업대학판 TED입니다. 학생이 직접 연단에 올라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자리입니다.
TED가 동영상 강의로 유명한 것은 다들 아시지요? 그런데 TED가 처음에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습니다.
TED는 리처드 솔 워먼이라는 사람이 1984년 미국에서 시작한 정기 강연 행사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TED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와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에서 따온 말입니다. 물론 강연 주제에는 큰 제한이 없습니다.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내용이면 어떤 주제든 가능하다고 합니다. 단 강연 시간은 18분으로 제한됩니다. 그건 아그로-TED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아그로-TED 수업 담당자는 양주환 교수입니다. 양 교수님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한국농수산대학에 몸담고 있습니다. 학교 내 창업보육센터장도 겸임하고 있을 정도로 벤처농업 분야 전문가입니다.
벤처농업대에 모인 사람들 중 키가 제일 큰 양 교수님이 덩치에 걸맞은 큰 목소리로 아그로-TED에 대해 설명합니다. "벤처농업대의 TED는 도전(Try)과 열정(Energy), 꿈(Dream)을 의미합니다. 어떤 꿈을 갖고 열정적으로 도전해 나갈 것인지 소개하는 자리죠. 앞으로 1년간 이어질 아그로-TED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첫 아그로-TED 발표엔 3명의 농업인이 자원했습니다. 지난달 첫 수업 때 미리 신청을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여성 농업인만 세 분 선정됐습니다. 오늘 수업의 첫 순서로 전남 순천에서 온 `더나은 김치`의 최경은 우향식품 대표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발표 제목은 `SNS 제국을 세워라`입니다.
"날마다 김치와 연애하는 여자로 전국을 상대로 김치를 팔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최 대표는 9년 전인 2011년 52세의 나이에 김치 장사에 나섰다고 합니다. 워낙 요리에 재주가 많기는 했지만 음식장사를 한다는 건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기증받은 중고 물품을 팔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집에서 싸온 반찬을 함께 먹던 동료들이 "너무 맛이 좋으니 돈을 받고 팔아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계속 하더라는 겁니다. 처음엔 우스갯소리로 여겼지만 동료들이 하도 재촉을 해댄 탓에 인기가 좋았던 부추김치를 만들어 동료 4명에게 1만원씩 받고 판매한 게 첫 매출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날부터 신기한 경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부추김치를 샀던 동료들의 옆집 아주머니, 서울 언니 등이 줄줄이 주문 전화를 걸어온 것입니다. 이후부터 알음알음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택배로 김치를 보내달라는 주문이 전국에서 쇄도했다고 합니다.
그저 입소문으로만 늘어나던 김치 판매가 날개를 단 건 SNS와 인연을 맺은 다음부터입니다. 2014년께 아들이 카카오스토리를 소개해 처음으로 SNS 홍보를 시작했는데, 고객 수와 매출 규모가 곧바로 2배 뛰었다고 합니다. 이어 2016년부터는 광주광역시까지 나가 스터디그룹을 통해 공부를 하면서 페이스북도 시작했습니다. 당시 스터디그룹에서 20여 명이 함께 협업하며 페이스북을 한 덕택에 폴로어 수가 3개월 만에 80명에서 3000명으로 불어나는 경험도 했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 벤처농업대 20기 동기생 100여 명이 협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마 어마어마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에도 강연을 많이 다니셔서 그런지 동기생들에게 어필하는 여유도 있습니다.
최 대표는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에 비춰 볼 때 SNS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통이라고 힘줘 말합니다. 누군가 내가 올린 글에 반응을 보이면 반드시 댓글로 호응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SNS가 소통의 공간임을 잊고 그저 자신의 내용만 올리는 걸로 끝내면 혼자 일기를 쓰면 될 일이지 굳이 SNS 활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일침을 가합니다. 소통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다 보니 `더나은 김치`는 SNS를 통한 매출이 전체의 80%를 차지할 정도라고 합니다.
최 대표는 마지막으로 세 가지 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첫째는 백화점과 홈쇼핑 등에 납품이 가능한 식품 제조공장을 세우는 것입니다.
둘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김치체험학교를 만드는 겁니다. 셋째는 김치에 관련된 최고의 시니어 명강사가 되는 꿈입니다. 최 대표는 "사람이 꿈에 미치면 현재가 아무리 초라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며 "우리 모두 겉으로는 고고해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쉴 새 없이 발을 휘젓는 백조처럼 열심히 노력하자"고 마무리했습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지는데, 여기가 아이돌 공연장인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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