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업 발표자 세 분 중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김정숙 엔젤에스캄(엔젤바이오) 대표와 김순주 가대콩새농장 대표였습니다.
김정숙 대표님은 지난 5월 입학식 날 바로 제 옆자리에 앉았던 분이기도 합니다. 그때 부부가 함께 참석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번 수업에도 어김없이 함께 오셨습니다. 밤 늦게까지 이어지는 수업 시간 내내 한 치도 흐트러짐 없이 수업에 집중하시는 노부부 모습은 존경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김 대표님은 미리 준비해오신 글을 읽는 것으로 TED 발표를 대신했습니다. 제목은 `꿈`이었습니다. 소녀같이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간 글을 약간 축약해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농촌으로 내려온 지 25년 됐습니다. 처음에 시작한 건 오리농장이었습니다. 14년간 했습니다. 열심히 노력했더니 어느덧 정부에서 받은 대출도 다 갚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도 고마운 농촌에서 순박하고 착한 농부들과 그들 후손을 위해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규소라는 물질을 알게 됐습니다. 이 소재를 활용해 먼저 물과 땅을 살릴 수 있는 천연비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7년여 동안 노력한 끝에 물을 절약하고, 피부를 살릴 수 있는 천연비누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수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학비료로 망가진 농촌의 땅을 살릴 수 있는 유기농 비료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 꿈은 농민들이 유기농 비료를 통해 더 좋은 땅에서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또한 더 좋은 비누로 농촌의 물과 농민들 피부를 살리는 것입니다. 나이가 많지만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제 남은 인생을 농촌 살리기에 바치고자 합니다."
진솔한 생각을 담은 발표에 큰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특히 발표가 끝나자마자 천연비누 효능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뜨거운 관심에 신이 났는지 김 대표님의 비누 자랑에 끝이 없습니다. "이 비누를 사용하면 여드름이나 아토피, 무좀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얘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머리가 없는 사람이 이 비누를 몇 달 쓰면 머리가 난다"고 하자 교실 안은 난리가 났습니다. 곳곳에서 큰 함성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양주환 교수님이 마이크를 받아 "이게 웬일이냐"면서 "우리 정혁훈 기자에게도 희소식"이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닙니까. 아직은 학생들 중 저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양 교수님도 "아침마다 빠지는 머리카락 때문에 눈물이 난다"고 고백을 하시더군요. 밤이 깊어가는 시간임에도 김 대표님 덕분에 TED 수업에 활기가 넘칩니다.
마지막 발표자인 김순주 대표는 울산에서 딸기와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시는 분입니다. 먼저 콩새농장이라는 이름에 대해 설명합니다. "남편 친구분이 지어준 제 별명이 콩새(참새의 일종)입니다. 남편이 뭘 먹여주면 날름날름 받아먹는 모습이 꼭 콩새 같다고 해서 붙여 주셨어요."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시는 걸 보면 성격을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교가 넘치는 분임에 틀림이 없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 분이 함께 와 계신데, 아내를 바라보며 짓는 미소가 장난이 아닙니다. 행복해하는 두 분 모습이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김 대표의 발표 제목은 `가슴 뛰는 삶, 가슴 뛰는 농업`입니다. 20년간 은행에서 일을 하다가 귀농한 지 2년 정도 된 분의 마음가짐을 잘 표현한 제목인 것 같습니다. 도시 생활을 하다가 귀농한 다른 많은 분들처럼 딸기 농사를 짓기까지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소개합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인생 이모작으로 처음엔 커피숍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다녀보니 전망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남편 고향으로 귀농하기로 결정하고 처음엔 굼벵이 양식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굼벵이를 다뤄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이후 딸기로 품목을 확정한 뒤 고향 논에 땅을 메우고 관정도 파고 하면서 비닐하우스 스마트 팜을 완성했습니다."
김 대표는 이어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차별화되는 작물을 생산하는 농부가 되겠다"면서 "작물 유통과 판매 쪽에는 경험이 적은 만큼 벤처농업대학에서 많은 부분을 배우고 채워 갔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농촌 관광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양주환 교수님이 마무리 발언에 나섭니다. "수영 선수는 남보다 1인치 더 앞으로 팔을 뻗어야 이깁니다. 벤처농업대의 1년은 그러한 1인치의 기적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1인치의 고통과 장벽을 넘어서면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는 강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벤처농업대에서 내 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하루 수업이 모두 마무리되니 어느덧 밤 10시가 다 됐습니다. 금산 서대산 자락은 사방이 이미 어둠에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삼삼오오 어둠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밝은 인사 소리만이 적막을 깨고 있었습니다.
[정혁훈 농업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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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06, 2020 at 01:1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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