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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피해가 난 충북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 광동마을 주민이 3일 오후 중장비가 흙더미 속에서 끌어낸 승용차를 바라보고 있다. 충주시민 제공
“물도, 전기도, 전화도 안 되는데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할지 걱정입니다. 마을에 물이 차 집도 버리고 왔는데 또 비가 온다니….” 3일 오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석천리 장보현(58) 이장은 하염없이 쏟아붓는 빗줄기 속에서 푸념했다. 마을은 지난 1일부터 300㎜ 이상 폭우가 쏟아지면서 마을로 통하는 주도로가 끊겼다. 길옆에 선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통신·전기마저 불통이다. 이 마을 김란(86) 할머니는 산사태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병원으로 옮겨졌다. 장 이장은 “복구를 해야 하는 데 길이 끊겨 인력·장비 투입이 안 되면서 마을이 고립됐다. 집에 있는 생수 등으로 간신히 버텼는데 이제 물마저 동날 정도다. 도와 달라”고 했다.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 2시40분까지 충주 엄정면이 강수량 382.5㎜를 기록했으며, 산척·앙성·소태면 등 충주 북부권에 물 폭탄이 떨어지면서 시쳇말로 쑥대밭이 됐다. 홍수로 길이 끊기거나 잘려나가고, 산사태와 밀려든 토사 등으로 집과 마을은 흔적만 남았다. 군 장병 등이 이날 오전 마을 곳곳에 투입됐지만 오후부터 다시 비가 거세지면서 복구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맨 앞) 등이 3일 폭우로 끊긴 충북선 삼탄역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충북도 제공
기록적인 폭우로 남한강이 역류하면서 마을이 물에 잠긴 앙성면 능암리도 사실상 고립됐다. 계곡에 쌓아 둔 사방댐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토사·홍수가 마을을 덮쳤기 때문이다. 이 마을 박지용(66) 이장은 “차량이 다니던 농로가 유실되면서 외부 통행이 차단됐지만 인력·장비 투입이 어려워 85세대 100여명이 외부와 차단됐다. 이런 물난리는 평생 처음이다. 복숭아 주산지인데 올해 농사는 완전히 망쳤다.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산척면 석천리 합천마을 37세대 주민 20여명은 마을 노인정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 마을 최영순(62)씨는 “갑자기 계곡 물이 불더니 마당까지 치고 들어왔다. 남편과 간신히 빠져나왔다.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진정이 안 돼 숨을 제대로 몰 쉴 정도”라고 말했다. 심정숙(54) 이 마을 이장은 “마을 주민 대부분 70~80대로 홀몸 노인이 많다. 전기·전화가 끊겨 당분간 함께 생활해야 하는 데 건강을 잃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웃 산척면 송강리 광동·소림마을 등엔 군부대 장병 등이 투입돼 오락가락하는 빗속에서 마을에 밀려든 흙더미를 치우고, 길을 내는 등 복구에 비지땀을 흘렸다. 송강마을 홍준표(60)씨는 “과수화상병 때문에 마을이 초토화됐는데 홍수까지 겹쳤다. 과수화상병 방제를 위해 임시 매몰지 토사가 흘러내려 피해가 더 커진 듯하다. 하늘이 야속하다”고 했다.
충주지역 한 군부대 장병들이 3일 오전 산척면 송강리 소림마을에서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충주시민 제공
지난 1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영춘면에 304.5㎜ 쏟아지는 등 폭우가 이어진 단양도 피해가 컸다. 특히 어상천면 심곡리, 소태리 등은 상수도 선로가 훼손되면서 식수 공급이 중단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신지선 어상천면 심곡리 이장은 “소방 당국 등이 수색을 했지만 2일 발생한 실종자 3명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 게다가 식수원마저 주민들도 군의 생수 공급에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 경찰과 소방 당국은 지난 2일 아침 주민을 구조하려다 실종된 송아무개(30) 소방관 등 충주·단양·괴산 등에서 발생한 실종자 8명 수색을 위해 인력 260여명과 드론 등 장비를 동원해 수색을 벌였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폭우 피해가 난 충주, 제천, 음성, 단양 등 충북 북부권 4개 시·군을 특별재단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 지사는 “실의에 빠진 도민들의 생활 안정과 복구 등을 위해 재난지역 선포가 필요하다. 지방 하천 정비를 위해 국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충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이시종 충북지사(맨 앞) 등이 3일 폭우로 끊긴 충북선 삼탄역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충북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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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03, 2020 at 02:03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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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물난리는 평생 처음…살길 막막” 흔적만 남은 집에 허망한 주민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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