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후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4일부터(현지시간) 5일까지 열렸습니다. 기준 금리를 동결하고 최소한 지금 수준의 국채와 모기지 채권 매입속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내용 있는 FOMC가 아닙니다. 추가로 알 내용은 많이 없지만 연준의 상황 인식을 좀 더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① 새로운 정책 방안 없어
② 두 가지 위험: 코로나19·실업급여 등 재정지원 우려
③ 자산매입 구성 변경 등에 대한 언급 없어
④ 선거는 통화정책 핵심사항 아냐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유지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우리가 직면한 두 가지 위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실업급여 같은 지원책 중단”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통화와 재정정책을 통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는데요. 지금 상황에서는 이 두 가지가 경제에 가장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전날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연말까지 추가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자고 한 상태인데요. 5,000억달러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대선 패배 가능성이 짙은데 민주당 정부에 선심을 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죠. 파월 의장은 “탄약이 많이 남았다”고 하지만 추가 재정정책 없이는 경기를 떠받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적은 부양책에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고 이를 연준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전반적인 경제 상황인식도 비슷합니다.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건데요, 미 경제방송 CNBC는 “최근 몇 달 동안 개선됐다”는 표현이 “계속 회복되고 있다”는 것으로 다소 후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추가 부양책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연준은 추가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기부양책의 부재가 장기채권 매입확대를 포함해 채권구성을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서는 많은 변수들이 있다”며 “이날 미팅은 그 다양한 변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와 이에 대한 분석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것은 꽤 유용한 토론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이 답은 하지 않았죠.이는 당분간 연준이 장기채를 매입비중을 높일 가능성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토론을 했다는 것은 자신들도 이에 대한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을 뜻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은 어떤 정책 변화도 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정책 방안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늘 그랬듯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도 계속 했는데요. 이날은 “고용시장이 절반 정도만 회복했다”고 했습니다. 2,200만 실업자 가운데 1,100만명이 일자리를 다시 구한 것을 염두에 둔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선자 확정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질문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선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꺼려진다”며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선거는 FOMC의 핵심사안이 전혀 아니다(not at all)”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는데요. 이는 대선 결과가 가져오는 일부 불확실성에도 연준이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힙니다. 실제로 이날 아무 것도 안 하기도 했죠. 증시가 이틀 연속 오르고 있는 점을 보면 초대형 돌발악재가 생기지 않는 한 연준의 새로운 추가 움직임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연준은 긴급 대출프로그램의 만기연장 조치는 선호할 것입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바이든이 (승리를) 주장한 모든 주들이 유권자 사기와 주 선거 사기가 있었다. 우리의 법적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무더기 소송전을 예고했습니다. 앞서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 조지아에서 소송을 낸 트럼프 캠프는 이날은 네바다에서 소송을 냈습니다.
현재 상황은 바이든 후보로 정해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시장이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계속 상승하는 것은 ‘블루웨이브’까지는 아니지만 이른 시일 내 당선인이 가려졌기 때문이라고 보면 됩니다. 바이든 후보는 현재 264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6명이 모자란 상태입니다. 네바다주(6명)만 확보하면 다른 주는 볼 것도 없는데, 네바다의 개표가 재개됐지만 아직 집계가 느립니다. 89% 개표 기준 바이든이 49.4%로 트럼프 대통령(48.5%)을 앞섭니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이르면 이날(5일) 밤 최종 결과를 발표할 수 있다고 하니 곧 결과가 가려질 것입니다.
바이든 후보 입장에서는 1차적으로 개표 결과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개표결과에서 270명 이상을 차지하면 공식적으로 승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바이든 캠프는 승리를 자신하고 있고 전문가들도 그렇게 보고 있지만 이 단계를 넘어서냐 아니냐는 의미가 큽니다. 최대 수주가 걸릴 수 있는 소송전은 일단 다음 문제입니다.
알아둬야 할 것은 트럼프라는 사람은 절대 자신이 먼저 “내가 졌노라”라고 깨끗이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전날 “소송이 무슨 소용이냐. 결과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이는 트럼프의 속내가 맞습니다. 일반적인 정치인이라면 이쯤에서 접었을 겁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지난 4년간 누누이 봐왔듯 그는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다음 행보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을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보가 아닙니다. 사업가이자 철저한 장사꾼이죠. 지금의 상황을 180도 바꾸기 어렵다는 건 직감으로 압니다.
하지만 지난 세월, 수많은 파산에도 버텨온 그입니다. 세금 관련 소송도 다수 벌였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패해도 정치무대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원 93%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패배 시 역대 최대규모의 대중투표를 얻고 지게 됩니다. 백악관에서 물러나더라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민주당 정부를 괴롭히고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려고 할 겁니다. 아니, 그래야만 할 겁니다. 다음 대선 때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부분입니다.
이 같은 흐름을 생각하면 개표결과 바이든 후보의 최종 승리와 별도로 소송전은 최대 수주간 이어질 수 있고 그에 대한 리스크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 와중에 정치적 이익이 된다면 트럼프가 전격적으로 승복할 수도 있지만 당분간은 ‘선거 사기’ 프레임을 적용하면서 레임덕을 없애고 남은 기간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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