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에서의 가장 큰 질문 중 하나는 특정 동식물이 다른 곳이 아닌 왜 여기에 존재할까 하는 물음이다.
어떤 곳은 다른 곳보다 왜 종이 더 풍부한지, 그리고 종들은 어떻게 진화하고 확산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우리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보호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산은 이런 질문을 다루는 과학자들에게 훌륭한 실험실로 여겨진다. 부분적으로, 산은 고도에 따라 다른 서식지를 형성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미국 등 국제연구팀이 중국 남서부의 헝두안(橫斷)산맥과 히말라야 산맥, 칭하이-티베트 고원의 식물 계통도 조사를 통해 지질 변화와 기후 변화가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31일 자에 발표했다.
생물다양성, 지질과 기후의 영향받아
연구팀은 DNA를 이용해 종들의 가계도를 구축한 결과, 오늘날 이 지역의 다양한 식물상은 3000만 년 전에 새로 형성된 산맥과 그 이후에 불어오기 시작한 계절풍(monsoons)의 영향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는 기후 변화와 환경 변화가 지구상의 생명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예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교신저자로 미국 시키고 필드 박물관(Field Museum) 큐레이터인 릭 리(Rick Ree) 박사(진화생물학)는 “이번 논문은 왜 세계의 다른 지역이 아닌 일부 지역에 그렇게 많은 종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룬다”고 설명하고, “이렇게 풍부한 종의 커뮤니티는 고대 산맥 형성과 그 이후에 이어진 계절풍에 의해 촉진됐다”고 말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생물다양성은 지질과 기후의 심대한 영향에 의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번 논문은 중국 남서부 헝두안 산맥의 수목 한계선(고산대) 위에 서식하는 식물들에 초점을 맞췄다. 리 박사는 “이곳은 세계에서 엄청나게 흥미로운 지역으로서, 상대적으로 면적은 작지만 중국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 종의 3분의 1이 서식한다”고 소개했다.
리 박사는 “헝두안 산맥에는 침엽수림과 급류를 이루는 빙하천, 험준한 계곡, 야생화가 만발한 초원이 있고, 서양의 정원사들에게 익숙한 진달래와 참제비고깔 등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DNA와 화석 식물 이용해 식물 종 가계도 재구축
리 박사팀은 헝두안 산맥과 히말라야 산맥, 칭하이-티베트 고원 고산지대에 식물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그리고 식물들이 그곳에서 처음에 어떻게 자라나게 됐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연구팀은 이런 사실들을 밝혀내기 위해 이 식물들에 대한 계통발생학적 재구축을 실시했다. DNA와 주요 화석 증거를 이용해 수천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식물 가계도 조각그림을 맞췄다.
연구팀은 이 지역에 사는 다른 식물 종들의 DNA를 비교해 이들이 서로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고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확인했다.
여러 다른 식물들의 DNA에서 차이점을 살펴보고, 화석 식물을 통해 이 식물들이 새로운 종으로 부상하는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를 벤치마킹하면, 이 식물들의 공통 조상이 얼마나 오래전에 살았는지와 가장 타당한 가계도를 추정해 내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런 방법으로 헝두안과 히말라야 및 칭하이-티베트 고원 고산식물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었다.
산맥 형성과 계절풍이 종들의 출현 부추겨
많은 식물들이 헝두안 산맥에서 처음 진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후 인도 지각판과 아시아판의 충돌로 서서히 새로운 산맥이 만들어지면서 산맥의 측면과 아래 계곡에 새로운 서식지 군이 형성됐다.
그리고 새로운 산맥이 형성되며 이 지역에는 더욱 강한 계절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산맥들이 그 지역에서 일정 시기에 우세하게 불던 탁월풍을 바꾸고, 새로운 기상 조건을 만들어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리 박사는 “산맥 형성과 계절풍의 결합 효과는 종들의 출현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계절풍은 단순히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더 많은 물을 공급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욱 험준한 지형을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침식작용으로 계곡은 더 깊어지고 산맥도 더 많이 절개됐다는 것.
그는 “이론상 지형이 험준해지면 얕은 계곡보다 깊은 계곡을 건너기가 더 어렵기 때문에 군체 이동이 제한을 받는다”며, “군체들 사이에 담을 쌓고 장벽을 증가시키기 시작할 때마다 진화가 가속화된다는 예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식물의 유전자 가계도를 재구성할 때 이런 사실을 발견했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형이 험준해지면서 현재 분리돼 있는 식물 개체군들이 방향을 바꿔 자체종으로 분기돼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생물다양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리 박사는 이번 연구가 지난 3000만 년 동안 지질과 기후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지구가 현재 겪고 있는 기후 변화를 더욱 잘 이해하는데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는 풍부하거나 혹은 빈곤한 생물다양성의 형성 조건을 조명해 준다”며, “산의 생태계가 지구 온난화에 매우 민감한 것은 그곳에 사는 유기체들이 좁은 범위의 고도와 기온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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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31, 2020 at 09:4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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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과 기후변화가 진화에 영향 미쳐 – Sciencetimes - Scienc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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