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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9, 2020

그는 허리에 찬 일본도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 의약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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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전을 준비하던 독립군은 간도의 어느 초라한 민박집 토굴 속에서 조선의 독립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 그들은 잘 못 들은 것으로 알고 자신들의 귀를 손으로 만졌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 하는 행동을 독립군들도 따라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다. 누군가 작전을 교란하기 위해 꾸민 헛소문이 아니었다.

그렇게도 원하던 것이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이루어졌으나 독립군들은 뛰쳐나와 독립만세를 부르기보다 잠시 허탈했다.

이런 기분 알 것이다. 오래 준비해서 시험에 대비했으나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일 년간 연기되거나 폐지됐을 때 오는 그런 기분말이다.

이럴 때는 바로 행동에 나서기보다 상황 파악이 먼저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알아야 한다. 토굴 속의 독립군은 서로 얼굴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바짝 다가가 앉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아직도 토벌대에 쫒기는 독립군 신세였다. 몸에 벤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누군가 그때 이럴 필요 없잖소하고 말했다.

밖으로 나갑시다.

그들은 이 한마디에 숨어 있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토굴 속에서 땀 흘렸던 그들은 토방의 마루에 걸터 앉아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여름의 한 가운데 였으나 가을이 다가 오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마주 보았다. 오래 만이었다.

생사를 같이 하는 전우였으나 상대방의 모습을 이처럼 오래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덮수룩 한 수염, 움푹 들어간 눈, 뛰어나온 광대뼈, 산도둑이 따로 없었다.

옷은 헤지고 누렇게 반해 있었으나 흰옷은 흰 옷이었고 그들은 흰 옷을 즐겨 입는 영락 없는 조선인들이었다. 두려움에 떨던 그들이 모처럼 미소지었다.

시험공부 열심히 했는데 이게 뭐시여.

그 한마디에 그들은 미소에 소리를 더했다.

웃고 나서 그들은 다시 허탈했다.

변변히 제대로 된 싸움조차 해보지 못하고 맞은 독립이어서 독립군들은 독립된 나라에서 독립을 지킬 힘이 없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꼈다.

그들은 새가 알에서 나올 때 본능적으로 위험을 알아채듯이 날개를 펴기 전에 부들부들 떨면서 사방에서 적들이 진군하지 못하기만을 빌었다.

새끼 새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적이 없어 햇볕에 털이 마르고 스스로 걷고 날 수 있을 때까지 적들은 다가오지 말아야 하고 다가온 적들은 공격을 미뤄야 했다. 

그러나 새끼새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자신 뒤에서 누군가가 덮지면 달려 들려고 발톱을 세우고 있는 어미새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새끼새는 조금 여유라는 것을 가졌다. 어미새만큼 든든한 후원군이 어디 있겠는가.

독립군은 새끼새 만도 못한 존재였다. 그들은 보호해야 할 어미새는 주변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은 해방 조국에서 간도에 있을 때 보다 더 살벌한 위험에 떨었다. 임시정부는 그들 한 몸을 챙기기에도 벅찼다. 감당할 수없는 일이 갑자기 터졌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임시정부는 땅을 치고 울분을 토했다. 그들을 지휘했던 우두머리는 특공대의 폭파 작전이 거사 직전에 무산된 것을 위로할 겨를도 없이 현장에서 철수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은 그들에게 나중에 전달됐다.

그들을 교육했던 미군이 그들이 행동에 나서기 전에 무장해제 했다. 그 소식도 알지 못하고 임시정부의 대장은 철수 하시오 한마디 하고는 다시 땅을 치고 통곡했다. 국모를 잃을 때 보다 더 슬펐다.

떠내려가는 지붕 위의 새끼 밴 암소를 보고도 더 센 물이 밀려오기 때문에 바라만 보고 있는 농부의 심정으로 대장은 다시 땅을 쳤다. 사태의 심각성은 곧 그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그는 우두머리 회의를 주제하고 하루 빨리 귀국해야 한다고 동료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하나로 모았다. 결과가 나오자 그는 서둘러 귀국하기 위해 미군에게 매달렸다. 상해세어 걸어서 조선까지 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들은 비행기를 원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기를 거부했다. 정부 차원이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돌아갈 것을 서명하라고 요구했다.

웃음을 멈춘 토벌대는 귀국하기 전에 못하 한 무언가를 하기로 생각을 좁혀 나갔다.

토벌대장을 잡자.

독립군 대장의 두 번째로 높은 지위에 있던 호석 아버지의 이 말은 호소력이 있었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겠느냐, 독립된 마당이니 이제 용서하자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토벌대장의 악랄함을 알고 있었다. 그가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을 수차례 목도 하면서 토벌대를 토벌하지는 못해도 대장만큼은 잡아서 죽이리라고 이를 갈았다.

그의 잔학한 행동은 도저히 용서될 수 없는 것이었고 독립군이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은 독립군 속내를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그가 모든 정보를 일본 군대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인정 많은 조선인들이 독립군을 숨겨 주면 본보기로 삼족을 멸하고 멸하기 전에 어떻게 죽여야 하고 그 죽음 전에는 반드시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참관해야 한다는 것을 조목조목 알려 주었다.

토벌대장은 할아버지가 아들을 아들이 그 아들의 죽음을 봐야 한다고 말할 때 늘어선 시체를 세듯이 손가락 꼽아 보였다.

호석 아버지는 귀국을 재촉하는 대장의 명령을 개인적으로 처리해야할 이유 때문에 한 달 정도 늦을 거라고 말했다. 동료 13명도 비슷한 이유를 댔다. 대장은 함께 귀국하지 못한 것을 아쉬어 하며 서울에서 만나 막걸리 한 잔 하자고 큰 소리로 말했다.

호석 아버지는 간도 땅에 미련이 없었다. 대신 남아 있는 할 일만 끝나면 지체없이 떠나기로 했다. 무장 해제하고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치기 전에 토벌대장을 찾아 멋진 복수를 해야 했다.

그 무렵 토벌대도 조선의 독립 소식을 듣고 알았다. 그들은 독립군보다 더 놀랐다. 당연히 오지 않을 것으로 알았던 조선 독립이 오자 당황한 그들은 자신의 조국이라고 믿었던 일본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조상의 묘가 있는 조선으로 돌아가야 할지 망설였다.

토벌대장은 당연히 일본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원들에게 일본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 한다고 짐을 꾸리라고 명령했다. 비록 패잔병일지라도 조국 일본은 그들을 따뜻하게 맞을 것이다. 그의 가슴에는 일본에서 조국 건설을 위한 또 다른 야망이 일었다.

그래서 비록 졌어도 이긴 것처럼 당당했다. 가서 해야 할 일이 많았고 그 일은 슬픔에 젖은 일본인들의 위로를 넘어 새로운 대일본 제국의 탄생에 대한 밀알이 그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토벌대장은 일본군 대좌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칭찬을 받으려고 하는 행동은 아니었다. 그 점을 토벌대장은 상기시켰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당연히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애국심이 누구보다도 강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부대가 전투에서 보인 것을 혁혁한 공을 설명했다. 다 알고 있지만 한 번 더 들어서 우리를 잊지 말라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대좌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먼 산만 바라 보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은 귀찮은 토벌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하느라고 일그러져 있었다. 토벌대장은 그의 얼굴이 한쪽으로 찌그러지는 것은 패전에 대한 자책이라고 여기고 잘못은 자기에게 있으니 처벌해 달라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 잘못입니다, 죽여 주십시오.

일본군 대좌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일본인보다 더 일본을 사랑하는 이 조센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대좌는 잠시 주춤 거렸다.

대좌는 그가 그렇게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돌아가서 자신이 어떤 변명을 하고 아니면 어떤 결심을 하고 그 결심을 어떻게 행동에 옮겨야 할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별로 없었다. 그는 허리에 찬 일본도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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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0, 2020 at 07:5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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