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승아 기자,박혜성 기자
(서울=뉴스1) 이승아 기자,박혜성 기자 = "너는 이 역할 말고 저 역할"
자존심이 상했지만, 버텼다. "참고 이겨내면 좋은 날이 오겠지. 계속 힘들기만 할까?"
20대에 배우라는 이름을 달고 30대중반이 되도록 10년이 넘는 무명생활이었다. 늦은나이에 이름이 알려지자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신영숙 배우, 잘하긴 하는데 이런 어린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 말에 단번에 대답했다. "배우한테 나이가 어디 있습니까? 저 할 수 있는데요"
22년 차 뮤지컬 배우 신영숙은 1999년 뮤지컬 '명성황후'로 데뷔한 후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탄탄한 실력과 입지를 다진 배우다. 뮤지컬 '레베카'의 레베카 역, '맘마미아'의 도나 역, '엘리자벳'의 엘리자벳 역, '웃는 남자'의 조시 아나 여 공작 역 등 굵직한 뮤지컬에서 모습을 보여준 그지만 처음부터 주연을 맡은 것은 아니었다. 단역으로 출연한 작품 수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처절한 무명생활이 오늘의 신영숙을 만들었다.
◇음악을 좋아하던 소녀의 눈에 띈 '뮤지컬 명성황후' 오디션
하모니카도 불고 피아노도 치고 노래도 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소녀였다.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뮤지컬 오디션이 보였다. 뮤지컬 '명성황후'. 열심히 준비해서 오디션을 보고 붙었다. 무대에 선 후 "이거다. 내 운명이다" "뮤지컬 배우가 되어야겠다."
그 당시 명성황후 역을 맡은 이태원 선배가 너무 멋졌다. 여자가 이끌어가는 극의 주인공. 회식 자리에서 술 한잔 마시고 유호진 연출에게 한마디 했다.
"저 커서 명성황후 할래요"
다른 작품을 하며 실력을 키워가던 중 걸려온 전화. 뮤지컬 명성황후가 20주년을 맞아 공연한다는 내용이었다. 데뷔작이기 때문에 작은 역이라도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명성황후 역을 맡아달라고 했다. 20년전 오디션으로 무대 한켠에 설 수 있었던 그가 명성황후 역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20년 만에 다시 선 뮤지컬 '명성황후'. 첫 장면에서 혼자 무대에 서 있는데 4층까지 가득 메운 객석이 보였다. 가슴이 쿵쿵쿵. 손탁’이 ‘명성황후’가 된 순간이었다.
◇박수는 나의 힘... 무대 마칠 때마다 큰 보람 느껴
관객분들의 표정과 박수 환호 소리에 힘들었던 모든 것이 씻긴다. 뮤지컬 배우의 매력은 보람찬 순간이 너무 많은 것이다. 처음에 작품 제안이 들어와서 연습할 때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겠지" 하면서도 "못 하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길 때까지, 내 연기에 불안함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지 않도록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다. 역할이 크든 작든 최선을 다해 연습하면 관객은 박수로 보답해준다. 그것이 내 원동력이다.
◇10년 전보다 지금이 더 빛나는 배우
무명 시절이 길었다. "계속 배우를 할 수 있을까?" "다음 작품이 없는 건 아닐까?"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도 있었지만, 참고 이겨내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40대인 지금보다 20대 때 나이 든 역할을 많이 했다. 한 작품 한 작품 잘 해내고 그러다 보니 관객들이 알아주고 제작자·연출자가 나를 찾아주고...
그런데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신영숙 배우가 잘하긴 해도 나이가 있는데, 이런 역할 할 수 있나?"
"배우한테 나이가 어디 있습니까, 저 할 수 있는데요"
그렇게 신영숙은 시간을 거슬러 가는 배우라는 별칭을 얻었다. 신영숙 배우에게 10년 후 어떤 모습일지 물었다. 신 배우는 단번에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봤을 때, 깊어진 장점들을 담고 있는 것처럼. 10년 후에도 삶 속에서 우러나온 것들로 깊은 내공을 갖고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서울 한남동 한 스튜디오. 뮤지컬 배우 신영숙 인터뷰. 2020.9.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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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12, 2020 at 06:0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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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인터뷰] 뮤지컬 배우 신영숙 "배우한테 나이 없어... 뭐든 할 수 있다"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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