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부터 한국에 집중투자
스웨덴 아스트라AB와 영국 제네카 합병해 탄생
연구 결과 독점하기보다 공유하며 지속가능성 꾀해
최근 한국 코로나 폭증 상황에서 기대감 커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아쉽다"는 여론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의 예방 효과가 각각 95%과 94.1%에 달하는 데 반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과는 70~90%에 그친다는 점이 이유다. 화이자와 계약을 서두르지 않은 정부 보건행정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반응도 적지 않다.
영국 케임브릿지에 위치한 아스트라제네카 본사 [사진=AP 연합뉴스]
아스트라AB는 1913년 설립돼 스웨덴 쇠데르텔리에에 본사를 뒀던 제약사, 제네카는 1993년 만들어져 런던에 본사를 뒀던 제약사였다. 제네카는 1926년 설립된 영국의 화학회사 ICI(Imperial Chemical Industries)가 1993년 제약·농화학·특수화학 사업을 분할해 독립된 회사로 설립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합병 이후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2006년 생명공학회사 CAT, 2007년 생물의약품 연구개발 회사 메드이뮨, 2013년 항체약물접합체 개발전문 생명공학회사 스피로젠, 2014년 조직 샘플 전문회사 디피니언즈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합병을 거치면서도 내부적으로 소모적 경쟁과 분열을 겪지 않는 문화로 유명하다. 뿌리가 지속가능성과 복지, 평등을 중시하는 스웨덴 제약사였던 만큼 공공 의무를 중시하는 분위기도 있다.
동종업계 경쟁 기업보다 R&D(연구개발) 생산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영국 케임브리지,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 스웨덴 예테보리 등에 주요 연구개발센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지사를 뒀으며 전체 임원 수는 약 7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총매출은 약 244억 달러(한화 약 26조4447억원)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지역은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성장시장'(emerging market)이었다. 매출 비중은 성장시장 35%, 미국 33%, 유럽 18%, 그 외 14%에 이르렀다.
R&D에는 2018년 기준 59억 달러(6조3985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R&D 결과를 독점하고 특허화해 이윤 극대화를 꾀하기보다 이를 적극 공개하면서 바이오 벤처, 의대, 타 제약 기업 등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특징을 가졌다.
지난해 6월14일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국-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에서 레이프 요한손 아스트라제네카 회장이 75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당시 레이프 요한손 아스트라제네카 회장은 "우리는 한국이 바이오헬스를 우선 투자 산업으로 꼽았을 때 굉장히 열정적이라고 받아들였다"면서 "우리가 한국의 바이오헬스 전략과 협력하면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과 스웨덴은 함께 혁신을 하면서 더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06년 한국에서 다국가 2상 임상시험을 시작했고 최근 5년간 국내에서 130여 개의 임상 연구를 진행했다. 임상 횟수만 놓고 보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 이어 한국이 네 번째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아시아 지역 4곳 항암 연구개발 협력센터(Oncology Alliance Centre) 중 3곳을 한국 연구센터로 지정할 정도로 한국을 중시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이 글로벌 임상시험 점유율 순위 상위권(6위)인 데다 서울과 수도권이 도시별 순위에서 세계 1위라는 혁신 인프라에 주목했다. 또 "한국인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하고 부지런하며 열정적인 국민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큰 잠재력을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신약개발 초기 단계부터 국내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바이오텍 벤처기업에 공동투자를 하는 등 적극적 오픈이노베이션 행보를 인정받아 2018년 12월 보건복지부가 인증하는 '제4차 혁신형 제약기업'으로도 선정됐다.
지난 3일 실시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감독을 했던 교사들이 4일 오전 서울시교육청 주차장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2020.12.4 [사진=연합뉴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4일 일일 신규 확진자가 629명 발생했다고 알렸다. 올 3월3일 600명대를 기록한 이후 276일 만에 600명대로 회귀한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연스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기대가 모인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공급 계약서에 서명했으며 개별 백신 개발사들과의 협상이 조만간 마무리되면 내주께 전체 계약 현황과 확보 물량에 대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비해 예방 효과가 70~90%에 그치지만 가격이 3~5달러(약 3300~5500원)로 비교적 저렴하다. 또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콜드 체인'을 통해 유통해야 하는 화이자와 비교할 때 2~8도에서 유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췄다. 지난 7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맺어 국내 제조가 가능하다는 것도 이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행보는 이익을 강조하는 여타 제약사들과 차이점을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생산 원가 수준인 3~5달러 수준으로 판매하겠다고 공개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이 부국과 빈국 상관없이 공평한 백신을 배포하기 위해 세운 '코백스(Covax) 이니셔티브'에 적극 기여하겠다며 밝힌 내용이다.
세스 버클리 GAVI 협회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반 냉장고로도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어려움 없이 배포가 가능한 이상적인 백신"이라고 평가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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