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떤 현안에 대해 말을 하거나 결정을 할 때는 최악의 경우까지 미리 다 계산합니다. 신중하게 준비하고 한번 시행을 하면 반드시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하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오후 수원시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면서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수원/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취지 선고(7월16일)로 정치적 걸림돌이 사라진 이후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재 이후 그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기존 신문·방송뿐 아니라 유튜브 방송의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도지사 취임 이후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 지사를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수원 경기도청 상황실과 집무실에서 만났다. 애초 1시간 정도로 양해받았지만, 인터뷰는 2시간을 훌쩍 넘겼다.
예상대로 표정이 밝았다. 대법원 판결에 이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상승 등 호재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여권 내 위상도 달라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당대표 후보들이 앞다퉈 경기도청으로 그를 찾아갈 정도다. 인터뷰 시작 전에 명함을 건네자, 그도 ‘경기도지사 이재명’이라고 적힌 명함 한 장을 기자에게 줬다. 명함을 받기만 하고 주기는 생략하는 거물급 인사들과 달랐다. 다른 고위인사들과 달리 그의 명함에는 휴대전화도 적혀 있었다. 인터뷰에서는 답변에 조금의 망설임이 없었다. ―도지사직 상실형(벌금 300만원)을 받았던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의 2심 판결에 대해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고법으로 파기환송했는데, 사실상 법적 마무리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홀가분하겠어요? “그럼요. 저도 사람인데요. 일단은 제가 법제도에 대한 신뢰가 있고 법률가여서 최종 결론은 괜찮을 거라고 믿기는 했어요.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엄청나게 불안했는데 무죄 취지의 대법 판결이 나온 뒤에는 아무래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제일 좋은 거는 이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동안 안 겪어도 될 일에 매달리면서 시간을 뺏기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울고 싶을 때가 많았거든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오후 수원시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한겨레> 인터뷰 중 차기 대선에 대한 생각 등을 밝히고 있다. 그의 가슴에 붙은 이름표가 선명하다. 경기도는 이 지사의 권고로 모든 공무원들이 이름표를 달고 있다. 수원/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그동안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됐는데, 선거법 파기환송심 말고는 다 끝났나요? “저에 대해서는 그동안 일베 회원설을 비롯해 조폭 연루설, 패륜, 형님 강제입원, 불륜 등등 여러 사안들이 있었잖아요. 이런 것들이 모두 스크린 됐죠. 경찰 수사 단계에서 그런 의혹 중에 절반 정도가 무혐의로 정리되고, 검찰에서 또 절반 정도가 클리어되고 몇가지가 최종 기소가 됐는데 재판 과정에서 선거법 위반 한 가지만 남았던 거죠. 이것까지 이제 정리가 되면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제기된 온갖 근거 없는 의혹과 음해들이 정리되는 겁니다. 그동안 영혼까지 탈탈 털렸죠. 그래서 앞으로는 더 털 게 없을 거다라고들 얘기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여전히 아마 만들어서 털 겁니다. 그러더라도 익숙한 경험이니까 잘 견뎌낼 수 있겠죠. 다 사필귀정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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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싸우지 않고도 할 수 있어” 대법원 선고 직전에 나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는 15개 시도지사(서울과 부산 제외)를 대상으로 한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 답변이 71.2%로 1위를 기록했다. 그는 도지사 취임 첫달인 2018년 7월에는 같은 조사에서 최하위인 17위(29.2%)의 도정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꼴찌에서, 수사와 오랜 재판 와중에서도 2년 만에 1위가 됐다. 또 경기도가 지난 6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9%가 경기도정에 대해 “잘했다”고 평가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대선 출마를 꿈꿨던 역대 경기도지사들은 지지율을 올리려고 무척 애를 썼는데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어요. 지사님은 현재 상당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요? “같은 일을 해도 여기는 지방으로 취급되고 서울은 중앙이라고 하니까 경기도가 객관적으로 불리한 위치인 것은 분명하죠. 그러나 이제 세상이 실사구시적인 사회로 바뀌었어요. 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던 고도성장기와 달리 삶이 너무 팍팍해진 요즘은 사람들이 이 정치가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따지게 된 거 같아요. 성남에서의 청년배당이나 경기도에서의 청년기본소득이 사실 액수로 따지면 얼마 안 되지만, 이런 걸 통해서 사람들이 내 삶에 도움이 되는구나를 알게 된 거죠. 그런 측면에서 저를 인정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결국 정책이군요. “네, 경기도 성남시에서 했던 여러 정책이 지금 전국으로 많이 확산이 되고 있는데 사실 제 꿈이 꼬리를 잡아서 몸통을 흔드는 거예요.(웃음) 우리 같은 아웃사이더 비주류는 머리를 잡기가 매우 어렵죠. 그럼 꼬리라도 잡아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몸통을 흔들면 머리 잡은 것만큼은 못하겠지만 조금씩 소기의 성과는 거둘 수가 있거든요. 저는 그런 생각이 일상화돼 있어서 뭐든 한꺼번에 많이 하려다가 못 하는 것보다는 적게라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도정을 하면서도 차근차근 작더라도 자주, 많이 하자고 합니다. 중앙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행정수도 이전 얘기도 그래요. 그것 하겠다고 개헌한다고 하고 상대는 안 된다고 하고 싸울 필요가 뭐 있나요. 그냥 현행 헌법과 판례 안에서 세종시로 자꾸 이사를 가면 되잖아요. 안 싸우고 조금씩 해서 더 커지면 되는 거죠. 기본소득 문제도 누구는 한달에 200만~300만원씩 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아예 집행이 불가능합니다. 일단 가면서 목표를 키워 나가는 거죠. 그래서 1년에 20만원씩 두 번, 정 안 되면 한 번만이라도 하자는 거예요. 그걸 경험한 사람들이 진짜 좋은 정책이다, 우리 세금을 내서라도 할게라고 공감하게 만든 다음에 그때부터 증세를 조금씩 해가면서 하면 되잖아요.” 이재명 지사가 내놓은 정책은 대부분 경기도를 넘어 전국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왔다. 1300여만명 경기도민 전체에게 3개월 안에 사용해야 하는 지역화폐로 지급한 재난기본소득은 다른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의 모델이 됐다. 지난해 실행했던 경기도 계곡의 불법시설물 철거는 방치됐던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준 좋은 행정 사례이다. 중산층이 거주하는 장기임대형 주택(경기도형 기본주택)을 짓겠다는 정책도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수십년 동안 방치된 채 아무도 손대지 못했던 계곡 정비를 1년 안에 마치는 등 정책 집행력이 좋은 것 같아요. “사회운동 때부터 실천했던 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시민단체 일을 하면서 선택은 치밀하게 하되 하나를 고르면 반드시 끝장을 봤죠. 그랬더니 아주 작은 조직(성남시민모임, 나중에 성남참여연대로 이름 바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이 매우 컸죠. 시장이나 지사가 돼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일을 벌이기만 하고 책임을 안 지면 우습게 될 뿐 아니라 행정의 권위가 사라집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권위주의적이 돼서는 안 되지만 권위는 정말 중요해요. 공적 업무를 처리하는 데는 권위와 고통의 크기는 반비례하거든요. 권위가 없이 어떤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면 일일이 때리고 처벌해야 합니다. 그런데 권위가 있으면 방향을 정하는 순간에 쉽게 이루어져요. 권위를 가지려면 방법은 딱 한 가지죠. 저 사람은 말하면 반드시 한다는 인정을 받는 거죠. 그래저 저는 어떤 현안에 대해서 말을 하거나 결정을 할 때는 최악의 경우까지 미리 다 계산해서 플랜 B, C, 나아가 실패하거나 안 됐을 경우의 해결 방안까지 다 마련합니다. 신중하게 준비하고 한번 시행을 하면 반드시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하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저 사람에게는 억지 써봐야 아무 소용 없고 헛고생이다, 합리적으로 대화하면 다 해결된다는 신뢰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성남시청이나 경기도청 앞에서는 집회나 시위가 없어졌어요. 떼쓰기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저는 100명이 백날 꽹과리 치면서 주장하는 거나 한 명이 에스엔에스(SNS) 쪽지로 보내는 거랑 똑같이 취급합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약간 불이익을 주죠. 왜냐하면 자기들도 손해지만 다른 사람한테 고통을 가하고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거든요. 저는 공약도 지킬 수 있는 건만 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지키려고 합니다. 그래서 공약 이행률이 95% 이렇게 나오는 거고요.” ―지난해 마쳤던 계곡 정비가 대표적인가요? “네. 계곡 정비를 하겠다고 했을 때도 사람들은 저 사람이 한다면 할 거야라고 했어요. 물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것은 아니에요. 제가 주민들하고 만나 대화하면서 옵션을 정확하게 줬어요. 압박할 때 저는 퇴로를 반드시 마련해줘요. 만약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철거와 비용 부담,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하고 불이익을 제시하죠. 대신 응하면 철거 비용과 처벌 면제, 다른 기반시설 등 확실한 지원이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안 하면 포클레인 여기 있습니다라고 하죠. 그러면 다 자진철거 하잖아요.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기 때문에 이재명에 대해서 사람들이 다 알기에 큰 마찰 없이 다 자진철거 했고, 지금은 약속대로 편의시설을 설치해주고 있는 중이에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사람들은 ‘이재명 지사는 빈말하지 않아’라고 하게 된 거죠.” ―일의 속도가 매우 빠른데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결정한 지 보름 만에 집행했다고요? “네, 이런 일은 보통 결정과 집행 사이의 기간이 6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저희는 보름밖에 안 걸렸어요. 이런 속도가 왜 중요하냐면 제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지 않습니까? 혈연, 학연, 지연, 조직, 후광 아무것도 없기에 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민들한테 인정받는 것뿐입니다. 그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남들이 못하는 걸 해야 돼요.
불이익이 있거나 이해관계가 충돌하거나 하는 것을 다른 분들은 잘 안 하잖아요. 욕 안 먹고 인기 얻으려고 안 하죠. 저는 오히려 욕을 조금 먹는 게 더 큰 칭찬을 받는 길이라고 믿는 사람이에요. 남들이 피하는 것을 하는 것은 결단 능력이고, 속도는 실력이에요. 이건 정말로 공부를 많이 해야 됩니다. 공무원들이 안 된다고 그러는 것에 대해 가능한 방법을 제시하고, 끌고 나가서 빨리 해내는 실력이 필요하죠.”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정치적 족쇄를 벗어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한겨레>와 인터뷰하는 도중 활짝 웃고 있다. 수원/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정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어요. 본인이 직접 다 내고, 일일이 지시하나요?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얻어요. 제가 생각하기도 하고, 참모나 공무원들이 내기도 하죠. 요즘은 에스엔에스에 시민들이 직접 올린 글에서 가장 많이 얻어요. 내부 논의와 검토를 마친 뒤에 시시콜콜하게는 아니지만, 방향은 제가 다 정하죠. 정한 방향에 따라 공무원들이 움직이는 거죠. 그런 면에서 공무원을 지휘하는 선출직이 잘해야 하는 겁니다.” ―손발이 되는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일이 안 될 텐데요. “신상필벌을 분명하게 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우대하는 겁니다. 경기도는 대중교통과나 재난안전과 등 옛날 같으면 골치 아프다고 기피하던 부서에 서로 가려고 하고, 난제들이 신속하게 개선되죠. 성과를 내면 약속대로 다 승진하거든요. 처음에 방향을 제시하면 공무원들은 ‘법이 없습니다, 전에 안 해봤습니다, 안 됩니다’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럼 제가 다 불러 모아서 ‘방법이 있나 없나 해보자’고 브레인스토밍을 해서 해법을 찾아내 ‘안 되는 이유가 없죠? 그럼 지금부터 합시다’라고 확실하게 해주죠. 대신 ‘책임은 내가 집니다. 부담되거든 도지사 지시사항이라고 서명해주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이제 공무원들은 감사 등 뒷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일의 속도를 내죠.” ―속도를 내면 행정 효율성은 높겠지만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지 않나요? “그것하고는 좀 다른 문제인데요. 권력을 위임한 주권자들 사이의 논쟁이라면 그런 과정을 거치는 절차적 과정이 매우 중요하죠. 결론보다도 과정의 민주성도 같은 무게를 가지죠. 그런데 그 과제가 정해진 다음에 집행을 담당하는 공직사회는 민주성보다는 집행력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남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공직사회는 대등한 의사결정권을 갖는 사람들이 아니고 일을 하기 위한 상명하복의 집행체계거든요.”
“나는 철저한 실용주의자
유용한 건 뭐든지 골라 쓰고
필요하면 조합해서도 사용
국민 삶 개선이 가장 중요” “합리·공정한 세상 만들려면
부당하게 많이 가진 소수를
시끄럽더라도 건드릴 수밖에
기득권·비정상과의 싸움 할 것” _______
“지난 대선 경선 때 욕심 과해 상처 줘” 이 지사는 리얼미터의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7월20일 발표)에서 18.7%를 기록해, 이낙연 의원(23.3%)을 처음으로 오차범위 안까지 따라잡았다. <오마이뉴스>가 의뢰한 리얼미터의 7월 말 조사(8월4일 발표)에서도 이 지사(19.6%)와 이 의원(25.6%)의 지지율 격차는 한달 전 15.2%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줄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조사기관과 시기에 따라 수치는 약간씩 다르지만, 이 의원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에 이 지사는 올라가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도 높고 도정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데, 내후년 대선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대선 자체를 위한 준비는 특별히 하지 않습니다. 물론 관심이 안 갈 수는 없지만, 지금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주인으로부터 선택받는 길이라고 그렇게 생각하죠. 도지사 재선을 시켜주든지 아니면 다른 일을 시키든지 그것 역시도 국민들이 그때 가서 다 결정할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임했던 지난 대선 때와는 접근이 다른데요. “그땐 너무 열심히 해서 문제가 된 거예요. 제가 우세한 입장에서 경기도 경선을 치러보니까 그때 제가 지나쳤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이유가 뭘까? 과도한 욕심이죠. 원래는 스파링파트너 또는 페이스메이커로 경선에 불려나간 셈인데 어느 순간 혹시 제치고 골인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강한 욕망과 욕심을 갖게 된 거고, 그게 많은 것들을 망치게 했던 거죠. 누군가에게 상처가 됐을 수도 있고, 저에게도 큰 문제를 만들어냈던 거죠.” ―지난 대선 경선이 끝난 뒤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는 이른바 친문그룹의 거부감이 강했는데 개선이 되고 있나요? “당이라고 하는 게 워낙 스펙트럼이 다양할 수밖에 없고, 문재인 대통령님 지지자들도 아주 다양합니다. 그중에 저에 대해서 극단적인 안티의 모습을 보이는 분들은 전체 중에서 매우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제 입장은 언제나 분명하죠.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민주당의 재집권도 가능하고, 지금의 보수 야당이 반성하지 않는 저런 구태를 계속하는 한 민주당의 재집권이 정말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우리가 협력해야 할 한 몸이자 한 팀이죠. 서로 헐뜯을 게 아니라 당연히 협력하고 서로 도와줘야 되는 거예요. 그걸 방해하는 사람들을 진정한 소위 문재인 지지자라고 할 수 있겠어요? 저는 소수화된 그런 사람들이 권력을 즐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들고, 전체 진영에는 해악을 끼치는 상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저는 그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감정으로 자기의 미래를 결정하기에는 지금 너무 힘들고 여유가 없습니다. 내 삶에 도움이 되는, 대한민국이 좀 더 발전하고 개선되는 선택을 하지, 감정적으로 손해나도 상관없어라고 하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최근 유튜브 방송인 <김용민티브이(TV)>에 출연해서도 지난 대선 경선과 관련해 “제가 싸가지가 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사실상의 공개 사과이자 자기 성찰인 셈이다.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세요? “공정과 실용이라고 생각하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한겨레>와 인터뷰를 마친 뒤 퇴근하면서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이날 올라온 업무보고서를 챙기고 있다. 그는 “모든 업무보고서를 반드시 다 읽는다”고 말했다. 수원/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자료를 찾아봤더니 본래 실용을 중시하는 것 같더군요. “네, 저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며, 보수도 진보도 아닙니다. 저는 그중에서 유용한 거는 뭐든지 골라 쓰고, 필요하면 조합해서도 쓰는 그런 사람입니다. 실용주의자가 맞죠. 사회운동가는 자기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서 무한 주장을 해도 됩니다. 주장이고 신념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위임받은 대리인이잖아요. 위임받은 대리인은 자기주장에 너무 심취해선 안 되고, 주인의 의사에 충실해야 하죠. 주인의 뜻은 자신의 삶을 개선해달라는 거지, 너의 신념을 관철해라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가급적이면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고, 진영을 가리지 않고 좋은 사람을 쓰려고 노력해요. 정책도 도민에게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 실효성이 높으냐 안 높으냐, 또 가성비가 높으냐 안 높으냐를 중시하지 누가 제안했는지는 상관 안 합니다. 정책에는 원래 저작권이 없거든요. 좋은 건 제가 다 베껴놨습니다.(웃음)” ―대통령의 일은 크게 보면 정치의 영역에 속하지 않나요? “대통령이 될 때까지는 정치 영역이 있는 게 분명하고요. 저는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는 통합이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긴 진영이 진 진영을 정복 점령한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나라의 전체 책임자에게는 그 과정에 도움이 됐든 장애가 됐든 결국은 똑같은 주권자이자 위임한 주인이죠.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것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겠죠. 만약에 옳고 그름이 충돌한다면 당연히 옳은 길을 가야 되고요. 다만 어떤 것이 더 낫냐의 논쟁이라면 저는 진영을 가리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타협하지 않고 싸우는 싸움닭 같다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싸움닭이라는 이미지가 매우 억울합니다. 제가 과격하고 일방적인 것 같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실제는 아니라니까요. 그건 과거의 제 정책을 통해 증명할 수 있어요. 제가 비타협적으로 일방적으로 과격하게 업무를 하면 저항이 없을 수 없어요. 그런데 오히려 매우 매끄럽잖아요. 그것은 합리적이기 때문이죠. 타협할 수 있는 건 타협하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걸로 명확하게 정리해서 충분히 설득하고, 되는 건 신속하게 처리하니까 실제 성과가 나오는 겁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인터뷰 도중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다. 수원/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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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 이재명’ 이름표의 비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이미지도 있는데요. “갈등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은 기득권에 대해서 개혁적이기 때문이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정치인데, 조정이란 누군가는 무엇을 뺏겨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부당하게 많이 가지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건드려야 합니다. 그들은 저항하고 욕하죠. 이들을 건드리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거다, 잘 살아봅시다 하고 다니면 칭찬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고 같이 살아야 합니다, 이거 깨야 됩니다 하면서 뺏어서 같이 나누면 시끄럽죠. 한 번이면 그래도 괜찮은데 이거 하나 깨고, 또 깨고, 또 깨고 하면 시끄러울 수밖에 없죠. 정치인은 보통 그걸 피하지 않습니까. 저는 기득권 체계, 비정상과 맞서 싸우죠. 예를 들어 가짜로 삐뽀삐뽀 소리 내면서 다니는 구급차 등 동네 규정을 어기는 것에 대해서 경기도에서는 단속해서 바로 (허가를) 취소합니다. 걸리는 당사자는 화내지만, 제가 지향하는 세상, 즉 억강부약을 통한 대동세상, 합리적이고 공정한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규칙을 어기는 비정상은 타파해야 하는 거죠. 이게 진짜 통합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대리인이나 책임자의 일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자기 몫을 찾게 해주는 겁니다. 그러자면 시끄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게 기득권 혁파이고, 개혁, 혁신이죠.” ―강력한 경쟁자인 이낙연 의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이낙연 (당대표) 후보님은 정말로 모두가 인정하는 품성이나 역량을 갖춘 분이시잖아요.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역감정의 벽을 반밖에 못 넘었을 정도로 지역갈등이 심한데, 이 후보께서는 지금 전국적으로 골고루 지지를 높게 받고 있어요. 그게 그대로 굳어져서 성공하는 것도 우리 국가나 사회 전체를 위해서 정말 좋은 일이겠다고 생각합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미투 고소와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우리 사회가 갈라져 있어요. 박 전 시장과는 개인적으로 가까웠던 것으로 아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에서 성평등 사회로 우리가 넘어가고 있는 중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그 상황에 적응할 수는 없거든요. 저도 경북 안동 출신인데 거기가 원래 가부장적 남성 중심 문화가 심한 데잖아요. 상당히 많은 노력을 통해 내 안의 남성 중심적 가부장 문화를 많이 씻어냈다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불쑥불쑥 그런 게 아직도 있거든요. <동상이몽>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저희 부부 생활하는 걸 찍어서 봤더니 여전히 제 행동에 문제가 있고, 남성 우월주의적 문화에 젖은 사람이더군요. 그래서 제가 반성을 많이 했어요. 결국은 많이 학습하고, 스스로 자성하고, 많이 교육받으면서 환경을 바꿔나가고 책임을 지고 묻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서 한 계단씩 넘어가야죠. 그래서 우리 사회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이 돼요. 어쨌든 진상규명도 하고 그것 자체가 책임지는 일일 테고요. 이런 일이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죠.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우리가 많이 배려해야 될 것 같고요.”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7년 2월20일 오전 성남시가 시행하고 있는 ‘청년배당’을 직접 체험해보려고 경기 성남 상대원 재래시장을 방문해 청년에게 지급되는 상품권으로 떡을 사고 있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청년배당과 산후조리원 지원, 교복 무상 지원 등 3대 생활복지 정책을 시행했다. 성남/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경북 안동 청량산 자락의 산골에서 태어난 이 지사는 집이 가난해 초등학교만 마치고 성남의 공장에서 소년공 생활을 했다. 뒤늦게 검정고시로 중·고등 과정을 마치고, 1982년 성적 우수 장학생으로 중앙대 법대에 입학했다.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성남에서 인권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 열린우리당(민주당의 전신) 공천으로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 가운데 하나가 사법연수원에서 판검사 임용을 포기하고 변호사가 된 것이잖아요. 어려운 가정형편을 감안하면 더 안정되고 미래가 보장된 길로 얼마든지 갈 수 있었는데 힘든 인권변호사를 택했어요. 고민을 많이 했을 텐데 출세의 유혹을 어떻게 뿌리칠 수 있었어요? “젊은 날의 열정이랄까, 사명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 들어가서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고는 충격을 받았어요. 사법연수원에서는 동료 몇명과 공부하면서 각자 연고지로 가서 우리 사회를 아래에서부터 바꾸자고 결의했죠. 그래도 연수원 마칠 즈음에는 많이 고민됐죠. 6개월만이라도 현직에 있다 나오면 전직 판검사 얘기를 듣게 되니 좋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즈음 당시 부산에서 활동하던 노무현 변호사를 불러 공부모임에서 특강을 들었어요. 다른 건 별로 기억이 안 나고, 변호사는 굶지는 않는다는 얘기에 용기를 얻었죠.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수배되고 구속되고 이러면서 후회를 많이 했어요.(웃음) 하지만 돌아보면 그 선택이 제게는 큰 자산이 됐죠.” 경기도청 직원들은 직함과 이름을 적은 명찰을 가슴에 달고 있다. 이 지사의 옷에도 하얀색의 이름표가 달려 있었다. 성남시에서도 했던 일이다. 왜 도지사가 이름표를 다느냐고 물었다. 그는 “민원인이자 주인인 도민을 위해서, 또 공직자의 책임성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저부터 달았죠. 직원들한테는 강요가 아니라 가급적 달라고 권고했죠. 지금은 다 달고 다녀요. 제가 솔선수범하는데 안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수원/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합리적이고 공정한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규칙을 어기는 비정상은 타파해야죠.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자기 몫을 찾게 해줘야죠. 이게 기득권 혁파이고, 개혁, 혁신이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수원/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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