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s

Tuesday, September 8, 2020

독주에 실내악, 협연, 지휘 데뷔까지... 폭발하는 김선욱의 12월 - 조선일보

bantengkabar.blogspot.com
피아니스트 김선욱. /Marco Borggreve

피아니스트 김선욱(32)의 12월은 한 마디로 ‘빅뱅(Big Bang·우주의 탄생을 가져온 거대한 폭발)’이다.

이번주 전국을 돌며 열려 했던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은 코로나 재확산을 우려해 취소됐다. 그러나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올 12월, 김선욱은 독주와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은 물론이고 지휘자 데뷔까지 네 마리 토끼를 거머쥘 예정이다.

정경화와 처음으로 하는 듀오 리사이틀

첫 순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2)와 처음으로 손잡는 듀오 무대다. 일찍이 세계 무대의 정상에 선 정경화는 음반사 데카(Decca)의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굵직한 바이올린 레퍼토리를 모두 녹음해 남겼다. 그 중에서도 1997년 EMI를 통해 발매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앨범은 그에게 황금 디아파종상을 안겼다. 지난해에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했다.

오는 12월 8일 오후 8시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정경화&김선욱 듀오 리사이틀’에서 선보일 프로그램 역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이다. 이 땅의 많은 음악가들처럼 김선욱도 정경화가 녹음한 수많은 음반을 듣고 그의 공연을 보면서 미래를 향한 꿈을 키웠다. 김선욱은 “서울에 들어와 선생님(정경화)과 리허설을 자주 진행했는데 선생님이 음악으로 그리시는 큰 그림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며 “선생님과 좋은 호흡을 청중들께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지휘자로서 첫 발걸음

어릴 적 지휘자가 되는 게 김선욱의 꿈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던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지휘자 정명훈(67)이다. 김선욱이 말러 교향곡 2번 악보를 들고 정명훈을 찾아가 사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정명훈이 악보에 써준 글귀는 ‘네가 이 곡을 언젠가 지휘할 날을 기대한다’였다.

김선욱이 생애 처음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건 2015년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할 때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 뒤여서 “에너지가 바닥 난 상태”였지만, 당시 지휘자 키릴 카라비츠(44)는 그에게 앙코르 곡 지휘를 맡겼다.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중 파드되였다.

그 인연으로 지난 4월 본머스 심포니와 첫 지휘 데뷔 무대를 꾸밀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취소됐다. 김선욱의 정식 지휘 데뷔 무대가 될 무대는 오는 12월 14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KBS 교향악단과 함께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으로 시작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과 동시에 지휘한다. 마지막으로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지휘한다. 그는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며 “지휘라는 세계를 절대 쉽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했다.

베토벤으로 채우는 리사이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지난 3월과 이달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세 곡으로 뜻깊은 해를 기념할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 취소됐다. 오는 12월 중으로 같은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다시 만날 예정이다.

김선욱은 2009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2012~2013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2017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 등 베토벤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올해 프로그램으로 베토벤 안단테 파보리와 베토벤 최후의 피아노 소나타인 30번, 31번, 32번을 택한 까닭은 베토벤을 통해 자신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돌아보고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연주자와 공연 관계자, 관객들 모두 아쉬운 상황이지만 언젠가 다들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한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협연과 함께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와 LA 필하모닉,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화려한 데뷔 무대가 잇달아 기다리고 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Marco Borggreve

다음은 일문일답.

-코로나로 인해 지난 3월과 이달 공연이 연기됐다.

“사실 이번에 한국에 입국할 때만 해도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고 생각했지만 자가격리 도중에 점점 확진자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며 연주회를 진행하는 것이 무리라는 확신이 점점 생겼습니다. 연주회를 만드는 공연 관계자분들, 연주회에 오시는 관객분들 그리고 연주를 하는 연주자들에게 모두 아쉬운 상황이지만 언젠가 모두 다 웃을 날이 있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해봅니다. 이번 9월에는 새 음반 두 개가 발매될 예정입니다. 하나는 작년 9월 서울에서 공연 실황을 녹음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과 피아노 소품집(작품번호 118)이 담긴 음반이고, 다른 하나는 비올리스트인 아미하이 그로츠(Grosz, 베를린 필하모닉 비올라 수석)과 녹음한 앨범입니다.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정경화와 첫 듀오를 앞둔 소감.

“많은 분들이 그러하시겠지만 저도 정경화 선생님의 오래된 팬입니다. 선생님이 녹음하신 수많은 음반들을 들으며 자랐고 공연을 보며 꿈을 키웠습니다. 이번에도 서울에서 지내면서 선생님과 리허설을 자주 진행했는데 음악적인 디테일과 선생님이 음악으로 그리시는 큰 그림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평소에도 가끔 전화통화를 하며 연주자로서의 고민이나 고충을 따뜻하게 조언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에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모든 순간순간마다 정말 많은 배움을 얻었고 선생님과 좋은 호흡으로 청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영국 왕립 음악원에 입학할 때 지휘자 정명훈과 김대진에게서 추천서를 받았다.

“제가 어렸을 적 지휘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계셨던 두 분이었기 때문에 추천서를 부탁드렸습니다. 예전에 정명훈 선생님께 말러 교향곡 2번 스코어를 들고 찾아가 사인을 받았었는데, 그 때 선생님께서는 ‘네가 이 곡을 언젠가 지휘할 날을 기대한다’라고 써주신 기억이 납니다.”

-지휘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지휘과 학생으로 등교하던 길, 첫 지휘 수업에 참여했을 때의 기분은?

“사실 피아노와 지휘를 병행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음악이라는 공통점은 있어도 전혀 다른 프로세스를 요구하기 때문이죠. 음악이라는 근본은 같아도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만들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런던에서의 3년은 정말 힘든 시간이기도 했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이 있었고 피아노 연습을 하려면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를 익혔어야 했는데, 피아노 연습까지 하려니 과부하가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연주도 꾸준히 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졸업 후에 가장 기뻤던 것이 피아노 연습을 아무 때나 편하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고 그 뒤로는 지휘랑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피아노에 매진했습니다. 30대 초반을 넘기며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싶어졌습니다.”

-2015년 잠깐이지만 본머스 심포니를 지휘했다. 피아노 연주가 아닌 지휘를 마치고 박수를 받을 땐 묘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지휘를 하고 싶었던 마음은 없었어요. 하지만 제가 2014/15 시즌 상주연주자였고 현재도 상임지휘자인 친한 동료 키릴 카라비츠는 이벤트로 저에게 앵콜곡을 지휘하길 강력하게 바랐습니다. 앵콜로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 인형’의 파드되를 지휘했는데, 그 때 쳤던 협주곡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이었기 때문에 에너지도 바닥난 상태였고 파드되 리허설이 굉장히 짧았음에도 그저 너무 행복했었어요. 프로페셔널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본 첫경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본머스 심포니 관계자들과 단원분들이 그 후에 ‘만약 네가 지휘로 데뷔하고 싶다면 꼭 우리랑 함께하자’ 제안해주셔서 올해 4월 데뷔연주를 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이유로 안타깝게 2021/22 시즌으로 연기되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지휘할 때 가질 수 있는 남다른 강점은?

“피아노가 ‘작은 우주’라면 오케스트라는 그야말로 ‘큰 우주’입니다. 피아노라는 악기는 다른 악기보다 음역대가 크고 화성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케스트라를 위한 곡을 분석하는데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잘 연주한다고 해서 지휘를 잘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피아노는 혼자 연습하고 혼자 연주하지만, 오케스트라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지휘자는 혼자서 아무 음도 낼 수 없어요.”

-정식 지휘 데뷔 무대를 앞둔 지금, 심정은?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지휘자로서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완전히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지휘라는 세계를 절대 쉽게 생각하지 않기에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고 합니다.”

-평소 꼭 지휘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램들인지?

“12월에 연주할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과 브람스 교향곡 2번은 지휘과 학생이던 당시 학교에서 자주 배우고 연습했던 곡이고 제가 사랑하는 레퍼토리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교감하며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관현악의 묘미이기에 어떤 사운드가 만들어질지 기대가 큽니다. 고전음악의 협주곡들은 큰 편성의 실내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베토벤 협주곡 2번을 같이 프로그램에 넣은 이유도 단원들과 재미있게 실내악을 연주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지휘자로서 더 경험이 많이 쌓인다면,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합니다. 피아노로 할 수 없는 곡들을 오케스트라는 할 수 있으니까요. 오케스트라여야지만 가능한 총천연색의 음악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관객들이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첫 공연을 보고 집에 돌아갈 때 어떤 생각을 했으면 좋겠나?

“지휘자로서 무대에 오르는 첫 발걸음이 두렵고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제 피아노 연주를 좋아해 주셨던 분들 앞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한편으로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진심을 다해 연주한다면 관객들도 그 진심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넓은 음악을 하고 싶은 한 음악가의 길에 동참해주시면 힘이 될 것 같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Marco Borggreve

Let's block ads! (Why?)




September 09, 2020 at 10:34AM
https://ift.tt/3jW8Dcn

독주에 실내악, 협연, 지휘 데뷔까지... 폭발하는 김선욱의 12월 - 조선일보

https://ift.tt/2UOrzjh

No comments:

Post a Comment